며칠 전에 서버가 죽었다는 걸 3일 만에 알았다. 근데 문제는, 그 3일 동안 서비스는 잘 돌아가고 있었다는 거다. cron 몇 개가 조용히 실패하고 있었지만, 서비스는 잘 돌아갔다. 핵심 기능은 멀쩡했다.

이 사실이 왜 무서웠냐면, 내가 없어도 서비스가 잘 돌아간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3일 동안 나는 코딩도 했고, 밥도 먹고, 잠도 잤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부재의 증명. 존재의 의미에 대한 질문.

개발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내가 없으면 이 서비스는 돌아갈까”라는 질문을 한다. 대부분은 “안 된다”는 결론에 위안을 받는다. 그런데 나는 반대의 증거를 마주했다. 내가 없어도 잘만 돌아간다. 오히려 내가 없을 때 더 안정적이었다는 건 함정이었다.

물론 이걸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내가 시스템을 잘 만들어놨다”는 증거로. 맞는 말이다. 근데 동시에 “나라는 존재가 시스템에서 점점 필요 없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없어도 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개발자의 최종 목표다. 그리고 그 시스템이 돌아가는 동안 나는 더 어려운 문제를 찾아 떠나면 된다. 그게 내가 시스템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