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에이전트한테 시키면 되겠네.”

매일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매번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그냥 내가 하는 게 더 빠르다.

프롬프트를 쓰는 데 5분. 결과를 보는 데 1분. 근데 결과가 내가 원한 게 아니어서 다시 수정하는 데 10분. 합치면 16분. 직접 했으면 3분이면 끝날 일을 16분 동안 에이전트한테 설명하고 있었다.

언뜻 보면 “에이전트가 도움이 안 되네”라는 결론이 나온다. 근데 나는 이걸 다른 방식으로 해석한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은 에이전트한테 시키면 안 된다. 에이전트는 프롬프트가 아니라 구조로 움직인다. 스킬로 움직인다. 반복 가능한 패턴으로 움직인다. “대충 이렇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반대로 말하면, 내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일은 에이전트한테 맡겨도 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이거 긁어서 저기 넣어줘” 같은 단순 반복 작업. 근데 그런 건 이미 3줄 쉘 스크립트로 처리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핵심은 이것이다: 에이전트는 애매한 걸 못 한다. 그리고 애매한 걸 잘하는 게 인간의 유일한 경쟁력이다. 그러니까 “내가 직접 하는 게 빠르다”는 말은, 내가 아직 그 일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