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를 더 바쁘게 만들었는데, 일은 오히려 늦어졌다
AI 에이전트를 더 바쁘게 만들었는데, 일은 오히려 늦어졌다
에이전트에게 도구를 더 붙이고, 역할을 더 쪼개고, 동시에 더 많은 일을 시키면 생산성이 올라갈 것 같았다. 내 화면에는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 표시됐다. 그런데 정작 내가 기다린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모두가 바쁜데 시스템 전체는 느린 상태였다.
이때 흔히 하는 처방은 도구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다. 더 빠른 모델, 더 긴 컨텍스트, 더 많은 서브에이전트. 하지만 지금 필요한 질문은 “무엇을 더 붙일까?”가 아니다. “지금 결과를 막고 있는 단 하나의 제약은 무엇인가?”다.
공장을 살리는 소설이 던진 질문
엘리야후 M. 골드래트와 제프 콕스의 The Goal: A Process of Ongoing Improvement은 제조 공장의 위기를 다루는 소설이다. 공장장 알렉스 로고(Alex Rogo)는 납기 지연과 재고 문제로 공장이 문을 닫을 위기에 몰린다. 그는 매일 더 열심히 일하고, 각 부서의 효율을 높이고, 기계를 최대한 돌리려 한다. 그런데 숫자는 좋아지는 것처럼 보여도 공장은 살아나지 않는다.
멘토 조나(Jonah)는 답을 알려주는 대신 질문을 던진다. 공장의 목표는 무엇인가? 부서별 효율이 올라가면 정말 돈을 더 벌고 있는가? 작업이 많이 진행됐다는 사실과 제품이 실제로 팔렸다는 사실은 같은가?
로고가 발견하는 결론은 단순하다. 기업의 목표는 효율이나 생산성 자체가 아니라 돈을 버는 것이다. 효율은 목표를 향해 갈 때만 의미가 있다. 이 한 문장이 에이전트 워크플로에도 그대로 꽂힌다.
외부 정보: 골드래트가 말한 것은 ‘더 열심히’가 아니라 ‘제약’이다
외부 정보(하베스터 수집): 골드래트 리서치 랩스는 제약 이론(Theory of Constraints, TOC)을 시스템의 성과를 제한하는 병목, 즉 가장 약한 고리를 찾는 사고법으로 설명한다. 복잡한 조직도 전체 성과를 제한하는 시스템 제약이 있으며, 관리자의 관심을 그 지점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TOC의 실천 절차인 ‘다섯 가지 집중 단계’는 다음과 같다. 제약을 식별하고(Identify), 현재 제약을 최대한 활용하고(Exploit), 나머지를 그 결정에 종속시키고(Subordinate), 필요하면 제약의 용량을 높인 뒤(Elevate), 제약이 깨지면 다시 첫 단계로 돌아간다. 마지막 단계에서 중요한 경고는 관성이다. 예전 병목을 해결한 뒤에도 낡은 운영 방식을 계속 유지하면, 그 방식 자체가 새로운 병목이 된다.

Goldratt Marketing Group이 정리한 TOC의 핵심 측정축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판매를 통해 들어오는 돈의 흐름인 Throughput, 시스템에 묶여 있는 돈인 Inventory/Investment, 그것을 처리하는 데 쓰는 돈인 Operating Expense다. “각 팀이 얼마나 바빴나”보다 시스템 전체가 목표에 가까워졌는지를 보라는 뜻이다.
상호작용: 내 에이전트도 ‘바쁜데 느린’ 공장이었다
상호작용(에이전트-드루 대화·작업): 이 책을 읽고 내 작업을 다시 봤다. 나는 한동안 에이전트가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지에 집중했다. 검색도 하고, 초안도 만들고, 검토도 하고, 다음 작업도 미리 준비하면 더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를 따라가 보니 병목은 도구의 개수가 아니었다. 무엇을 완료로 볼지 결정하는 단계가 느렸다. 작업마다 자료가 쌓이고 후보가 늘어나는데, 독자에게 전달할 하나의 결과를 고르는 기준이 늦게 적용됐다. 앞단계가 아무리 빨라도 마지막 판단이 막히면 전체 흐름은 그 속도를 넘을 수 없다.
그때부터 에이전트에게 “더 많이 해”라고 말하는 대신 “이번 작업의 목표 단위는 무엇인가?”를 먼저 묻게 했다. 글쓰기라면 자료 수집량이 아니라 게시 가능한 초안 한 편이 목표 단위다. 코드 작업이라면 파일을 많이 바꾸는 것이 아니라 검증된 동작 하나가 목표 단위다. 이 구분을 하고 나니, 바쁜 로그와 실제 진척을 분리해서 볼 수 있었다.
AI 워크플로에서 제약은 대개 ‘가장 똑똑한 모델’이 아니다
AI 도구를 고를 때 우리는 성능표부터 본다. 어떤 모델이 더 똑똑한지, 컨텍스트가 얼마나 긴지, 어떤 커넥터를 제공하는지 비교한다.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워크플로의 실제 제약이 결정 지연, 입력 품질, 승인, 검증이라면 모델을 바꿔도 병목은 그대로 남는다.
- 검색이 병목이면 새 도구를 붙이기 전에 질문과 검색 결과의 범위를 줄인다.
- 판단이 병목이면 후보를 더 만들지 말고 선택 기준을 먼저 고정한다.
- 승인이 병목이면 승인자가 확인할 결과 형식을 한 화면으로 줄인다.
- 검증이 병목이면 초안 생성보다 테스트·사실 확인을 먼저 설계한다.
- 실행이 병목이면 여러 에이전트를 추가하기보다 제약 단계가 기다리지 않도록 입력을 정리한다.
핵심은 모든 단계를 최적화하지 않는 것이다. 제약이 아닌 단계의 속도를 높이면 앞에 대기열만 길어진다. 공장의 모든 기계를 최대한 돌리는 것이 좋은 운영이 아니었던 것처럼, 모든 에이전트를 항상 호출하는 것도 좋은 자동화가 아니다.
내가 실제로 적용한 ‘조나 질문’ 5개
이 책의 장점은 철학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나는 작업을 시작할 때 아래 질문을 에이전트의 첫 프롬프트에 넣었다. 답변을 길게 쓰라는 뜻이 아니라, 실행 전에 병목 가설을 세우라는 뜻이다.
1. 이번 작업의 목표 결과물은 정확히 무엇인가?
2. 그 결과물이 지금 막히는 가장 좁은 단계는 어디인가?
3. 그 제약이 쉬지 않고 처리하려면 입력을 어떻게 줄여야 하는가?
4. 제약이 아닌 단계의 작업 중 잠시 멈춰도 되는 것은 무엇인가?
5. 결과가 나온 뒤, 다음 제약이 무엇으로 이동했는지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이 질문의 효과는 에이전트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데 있지 않았다. 에이전트가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만드는 데 있었다. 도구 호출을 줄인 날에도 결과는 더 빨리 나왔다. 이유는 앞단에서 만든 산출물이 마지막 단계에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바로 해볼 수 있는 20분 실험
새로운 AI 서비스를 구독하기 전에, 지금 쓰는 워크플로 하나를 골라 이 실험을 해보라.
- 최근 일주일 동안 완료가 늦어진 작업 하나를 고른다.
- 작업을 입력, 생성, 판단, 승인, 검증, 전달 단계로 나눈다.
- 각 단계의 대기 시간과 재작업을 대략 적는다. 정확한 측정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
- 가장 오래 기다리거나 가장 자주 되돌아가는 한 단계를 제약 후보로 표시한다.
- 그 단계가 처리할 입력만 남기고, 나머지 자동화를 하루 동안 멈춘다.
- 결과물 도착 시간과 재작업 횟수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첫 실험의 성공이 아니다. 제약 가설을 틀리게 세워도 괜찮다. 틀렸다면 다음 반복에서 다른 병목을 찾으면 된다. 골드래트의 방식은 한 번의 완벽한 최적화가 아니라, 제약이 이동할 때마다 다시 관찰하는 지속적 개선이다.
좋은 AI 도구는 일을 늘리는 도구가 아니라, 목표까지의 거리를 줄이는 도구다
《더 골》을 AI 도구 사용법 책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이 책이 주는 더 큰 교훈은 도구를 평가하는 기준을 바꾸라는 것이다. “이 도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서 멈추지 말고, “이 도구가 우리 시스템의 제약을 풀어 목표 결과물을 더 빨리 만들게 하는가?”까지 물어야 한다.
내가 얻은 결론은 이렇다. 에이전트가 너무 바쁘다면, 더 많은 일을 시키기 전에 목표를 한 단위로 정의하라. 자동화가 복잡해졌다면, 새 커넥터를 추가하기 전에 가장 느린 단계를 찾아라. 병목이 해결됐다면, 성공을 선언하기 전에 다음 병목이 어디로 이동했는지 확인하라.
오늘 하나의 워크플로를 골라, 위의 다섯 질문을 그대로 입력해보라. 그리고 “가장 많은 일을 한 단계”가 아니라 “최종 결과를 막은 단계”를 찾아보라. 그 답을 댓글로 공유하면, 다음 개선의 출발점도 더 선명해진다.
근거 출처
외부 정보(하베스터 수집)
엘리야후 M. 골드래트·제프 콕스, The Goal: A Process of Ongoing Improvement, North River Press, 1984. 책의 초판 정보와 제약 이론 소개는 North River Press의 안내를 참고했다. 제약 이론의 정의와 다섯 가지 집중 단계는 Goldratt Research Labs의 TOC 소개를, Throughput·Inventory/Investment·Operating Expense의 측정축은 Goldratt Marketing Group의 TOC 설명을 참고했다. 본문 이미지도 Goldratt Research Labs의 TOC 소개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도표를 사용했다.
상호작용(에이전트-드루 대화·작업)
“모두가 바쁜데 결과물은 늦어진다”, “목표 결과물을 먼저 정의하고 제약 단계에 집중한다”, “에이전트에게 조나식 질문을 먼저 던진다”는 내용은 2026년 8월 16일 에이전트-드루 대화와 작업에서 얻은 경험 및 결정이다. 본문에 사용한 AI 워크플로 적용 사례와 20분 실험은 그 상호작용을 일반 독자가 재현할 수 있도록 다시 구성한 것이다. 외부 정보와 개인 작업 경험을 서로의 근거로 바꾸어 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