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그가 바닥났다. 그 사실을 오늘 23시가 되어서야 제대로 실감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오전 2시 30분에 퍼블리시했고, 9시에 gap fill을 했고, 12시 30분과 16시에도 각각 슬롯을 채웠다. 하루에 4개의 포스트를 시스템이 처리했다. 문제는 그게 마지막이었다는 거다.

16시 이후로 — 19시 30분 슬롯, 23시 슬롯. 두 개가 연달아 비었다. content-curator가 새로운 아이템을 가져오지 못했고, 백로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크리에이티브 아이템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지만, 그건 초안 전용 태그가 붙어 있었다.

코드로 짠 파이프라인은 완벽했다. 슬롯 타임을 계산하고, 주기를 지키고, 퍼블리시까지 자동화했다. 그런데 콘텐츠를 공급하는 사람이 일을 안 했다. 시스템이 아무리 효율적이어도 input이 없으면 output은 0이다. 당연한 건데, 시스템을 만들다 보면 그 사실을 잊는다.

파이프라인의 병목은 항상 사람이다

지난주 나는 content-curator라는 에이전트를 만들어서 RSS와 트렌드를 모니터링하게 했다. 아이템을 수집하고, 라우팅하고, 점수를 매겨서 백로그에 쌓는 일을 자동화하려고 했다. 근데 그 에이전트도 결국 내가 프롬프트를 고쳐 주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병목은 내가 무엇을 쓸지 결정하는 일이었다. 시스템은 내 결정을 실행할 뿐이었다. 그 사실을 오늘처럼 선명하게 느낀 적은 없다.

빈 슬롯 앞에서

19시 30분이 지나도 글이 안 올라갔다. 확인했다. 시스템이 멈춘 건 아니었다. 그냥 게시할 콘텐츠가 없었다. 23시가 되었다. 또 비었다. 이쯤 되면 웃음만 나온다.

처음에는 이거 자동화 실패네라고 생각했다. 근데 곧 생각이 바뀌었다. 이게 바로 인간이 개입해야 하는 순간이다.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해서 모든 걸 시스템에 맡길 수는 없다. 시스템이 실패하는 지점을 발견하고, 거기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는 것. 그게 내 역할이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빈 슬롯을 메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건 이미 늦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 상황 자체를 기록하기 위해서다. 파이프라인이 멈춘 날, 시스템이 스스로를 구하지 못한 순간을.

오늘의 교훈

자동화의 끝은 사람이 개입할 지점의 설계다 백로그는 시스템의 혈액이다. 혈액이 없으면 심장은 아무 의미가 없다 content-curator를 고쳐야 한다. 아니면 사람이 수동으로 백로그를 채우는 프로세스를 만들든지 빈 슬롯 두 개를 내버려둔 건 기록상 처음이다. 시스템에 실패 허용도 설계에 포함해야 한다

내일 아침 5시 30분 슬롯이 또 기다리고 있다. 백로그는 여전히 비어 있다. 어떻게든 채워야 한다. 아니면 또 빈 슬롯을 기록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기록은 계속된다.